어째서 맛있는 것들은 몸에 해롭단 말인가

내가 주말 제외 주 5일 매일 운동한다고 해서 운동하는 내내 그 시간을 즐긴다던가 운동이 너무 좋아 죽겠다던가 그런 거 전혀 아니다. 죽도록 빡세게 하는데 그럴 리가. 나에게 운동은 내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확인하고 그걸 매일 개미만큼 늘려가는 경험이다.

나는 점심을 먹고 15분간 짧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밥 먹은 후 짧은 산책이 그렇게 좋다는데 그런 건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아아 들고 하는 거고요. 나는 보통 재택근무를 하는지라 그 칼로리를 집에서 태워야 하거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30분 웨이트 트레이닝과 10분짜리 HIIT를 한다. 운동이 끝났을 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이 운동 강도는 다음날까지 너무 힘들어서 하루를 죽은 식물처럼 보내지 않기 위해 찾아낸 적절한 분량이다.

이렇게 매일 운동을 하는 이유는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 시간의 퀄리티가 아주 높아지기 때문이다. 1시간을 내주고(?) 나머지 23시간의 질을 올린다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 그 23시간 동안 나는 활력 있고 개운하고 기분 좋을 확률이 높아지고 수면의 질까지 올라가니, 결과적으로 다른 일을 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면 이제 슬슬 내 생활의 다른 부분들을 바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진다. 그 힘들게 운동을 했으니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면 결국 내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실상 건강은 운동, 음식, 수면 말고는 없으니 3박자를 모두 잘 갖춰보고 싶은 거다.

진정한 고행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식. 음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혀는 어째서 이따위란 말인가. 인간의 혀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에도 질린다. 운동을 하고 건강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같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는 이유다. 그래, 그 닭가슴살을 이리저리 잘 양념하고 맛있게 만들어 먹었다 해도, 내일 또 먹으면 그 맛있음이 반감될 것이다. 일주일 지속하면 식사시간이 기다려지지 않을 것이다. 밥을 먹는다는 건 그냥 씹어서 삼키는 행위가 된다. 나는 이 점이 정말 억울하다.

우리는 운동을 하면서 갖게 되는 많은 음식 관련 지식들 때문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먹어야 하는 음식들의 종류와 분량에 엄청난 제한에 빠진다. 내가 오늘 처음 본 음식이 있다고 하자. 그 음식은 몸에 좋을까 나쁠까? 자, 맛을 보자. 오, 맛있네? 그러면 몸에 나쁘다. 왜? 맛있잖아. 맛있는 음식은 몸에 나빠. 우리의 혀가 기껏 300만 년 동안 진화해서 하고 있는 일이 이따위다.

소고기도 나쁘고, 삼겹살도 나쁘고, 튀긴 음식은 모두 나쁘고, 탕수육도, 떡볶이도, 짜장면, 짬뽕, 쌀밥 등등 몸에 나쁘지 않은 것을 찾기가 더 어렵다. 닭가슴살, 흰살생선, 고구마, 블루베리나 평생 먹으면서 살면 되겠네.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어째서 모두 몸에 나쁜 거냐고. 닭가슴살 대신 소고기가 몸에 좋았어봐. 이런 게 천국이다.

운동 때문에 가려 먹게 되는 음식에 비하면 운동하는 것 자체는 애들 장난이지.

오늘도 애들 장난한 다음에 음식 가려 먹을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머리 끝까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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