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향해 걷는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아내가 임신했음을 알게 됐던 날 시작한 독일어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5~15분 공부했다.

하루 15분 보낸 걸 공부했다고 말하긴 좀 그렇지.

말이 15분이지, 무언가에 매일 15분을 쓰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잖아.

언제 어디서든 인스타그램 한 번 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인생의 15분을 지울 수 있거든.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15분과 듀오링고의 15분이 어떻게 이렇게 다른지는 불가사의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인가.

듀오링고로 하루 15분 독일어 공부를 1년 정도 계속 하니 당연히 습관이 되었다.

문득 목표에 다다르는 엄청나게 효과적인 방법이 천천히 매일 걷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이 생겼다.

나는 그동안 많은 목표를 세워 왔고, 당연하게도 성공과 실패를 겪었다.

오랜 기간 꾸준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거둔, 혹은 거두고 있는 성공들이 무엇이 있을까.

  • 웨이트 트레이닝, 독일어, 영어, 농구, 태권도, 운전, 앱스토어에 앱 등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반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을 거뒀다.

꾸준히 하지 않은 이유로 실패한 아래 것들도 좀 더 오래 반복했다면 성공의 수준에 다다랐을 것이다.

  • 수영, 복싱, 직장 근속, 악기, 명상, 연기, 사업, 좋은 남편 되기(…)

무언가를 매일 반복하는 건 나의 삶 자체가 그 목표로 가는 길 위에서 존재하는 경험을 준다.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무엇보다 인내심 자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뭐가 됐든 15분도 못 참으면 좀… 인간적으로 15분은 참자.)

목표는 잠시 잊고 매일 할 일만을 언제까지고 좀비처럼 반복하면 된다.

속도는 느려도 괜찮다.

오늘 그 먼지 쌓인 기타를 집어 들고 15분 연주함으로 인해

당신은 즉시 전 세계 탑 10% 안에 드는 기타리스트가 됐다.

왜냐하면 90%는 시작도 안 했거든.

매일 15분씩 띵땅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1년 후 당신이 91시간 동안 배운 기타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