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물을 때면

오징어게임이나 BTS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된 외국인 친구들이 나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호기심을 갖고 물을 때면 나는…

물난리가 났다.

구조 작업에 들어간 해병대가 물에 빠져 사망했다. 구명조끼 같은 기본적인 장비도 없이 수해 현장에 투입시켰다. 정신 나간 새끼들. 이건 살인이다. 항의하는 부모의 영상을 보고 있자니 나도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시작도 끝도 없이 욕이 나왔다.

둑이 넘쳐 지하도가 물에 잠겼고,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와 함께 수몰되었다. 물속에 갇혀서 이도 저도 못하는 심정으로 죽어간 사람들과 그 지인들의 심정을 감히 예상도 할 수 없다.

지구 기온이 올라가며 한국은 사계절이 점점 사라지며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 모습이다. 우기가 되면 수도 한복판부터 해서 미흡한 시설 관리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이런 사고는 이미 예전부터 있어 왔다. 삼풍백화점과 순살자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다리가 끊어져 무너지고,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태원에서는 수백 명이 눈뜨고 죽어갔다. 이런 것들을 과연 인재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은 과거로부터 배운 것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격은 널을 뛴다. 업무환경은 지옥이다. 해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현장을 가려놓은 채 계속 기계를 돌린다. 교사는 학생에게 구타당하고, 학부모의 갑질에 자살을 한다. 식당 주인은 고객의 갑질에 화병으로 죽는다. 그렇게 죽지 않아도 이미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정치는 썩을 대로 썩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언론도, 공권력도 검찰, 경찰들 모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돈이 영혼을 삼켜버린 자들이 국가를 좌지우지한다. 자살률 1위의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한국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헛소리를 지껄여댄다. 노동자들의 정신과 육체를 갈아 넣어서 유지하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알량하게 누리는 소소한 편안함만으로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모든 것이 불편한 인간들로 가득 찼다. 한쪽에선 자살해 나가고, 한쪽에선 갑질해 나간다. 나는 어딜 가나 과도한 친절이 불편하다. 그 사람들이 조금 덜 친절하고 조금 덜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나의 눈엔 이 나라의 극도로 낮은 출산율이 너무 당연하다. 도대체 씨발 뭐가 살기 좋다는 건지.

도대체 이 나라의 어떤 부분에서 미래가 기대되는가. 나는 희망을 볼 수 없다. 아내는 내가 너무 화가 가득하다 한다. 나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하지만 뉴스들을 보면 나는 화가 너무 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화가 너무 나서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다. 이런 좆같은 사고들과 뉴스들을 접할 때면, 이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간성, 휴머니티를 상실한, 아니 애초에 가져본 적 없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기 위한 기본적 교육이 부재한 곳. 경쟁 우위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통해 길러진 늙은 애새끼들이 운영하는 국가. 나의 눈엔 그게 대한민국이다.

비관으로 둘째가라면 서운할 쇼펜하우어 옹이 말하길 불쾌한 감정이 들 땐 자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정말 오랜 시간 자고 싶다.

….는 생각에 빠졌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그냥 “응 한국은 음식이 정말 맛있는 나라야. 음식의 모든 재료들에서 영혼을 뽑아다가 맛을 내거든!”이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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