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기계발서의 내용과 달라도 괜찮다

자기계발서는 누가 읽는가? 자신의 삶을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켜 더 나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는다. 그 사람들은 자신을 아끼고 자신에게 선의를 품고 있다. 그런데 내가 읽는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저자 자신과 같은 변화를 촉구하며 현재의 독자와 그들의 삶을 부정하거나 심지어 비난한다면 그 자기계발서는 쓸모없다.

사는 건 쉽지 않다. 맘에 들지 않게 잘라 놓은 내 머리에 관해 미용사에게 말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세상은 상상을 초월해 열심히 살면서도 실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어제와는 어떤 면에서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겐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사람들이 시간을 할애해 집어 드는 자기계발서는 그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쓰였어야 한다. 사람들의 판단은 주관적이라서 그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책의 내용이 독자를 자신의 삶을 행복하지 않은 상태, 변화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상태, 어떤 특정한 상태보다 열등한 상태로 느껴지게 한다면 그건 독자의 잘못이 아니다. 책의 잘못이다.

당신은 문제가 없다. 당신은 당신 자체로 완전하다. 내일 당신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아도 당신은 당신 자체로 이미 완전하고,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당신에게 충실한 당신 이어 왔다. 당신이 읽은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쫓지 않고 지금의 현실에 머무른다 해도 괜찮다. 내가 더 높은 자존감을 갖고 있지 않아도, 내가 더 큰 부자가 아니라도, 내가 인간관계에 좀 서툴러도, 내가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당신에게 주관적인 ‘더 나음’을 미끼로 당신의 현재를 불행에 빠뜨릴 자격은 없다.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다. 내가 작지 않은 체구임에도 독일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엄청나게 다부진 거구들을 본다. ‘와.. 저런 사람이 300년 전에 태어났으면 바바리안 전사가 되어서 전쟁에 나가면 도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적군 두개골을 하나씩 쪼갰을 거 같은데? 아쉽게도 300년이나 늦게 태어 나서 책상에 구부정하게 앉아 한 손가락에 두 개씩 눌리는 키보드를 탓하며 엑셀 문서나 편집하고 있겠구나.’ 운이 좋았던 거라고. 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에 가능했던 게 지금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이건 내가 자기계발서 하나 읽다가 왠지 혼나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을 문득 알아차리고 빡쳐서 쓴 글. 나는 좀 더 나은 내용을 기대했단 말이지. 자기계발서를 읽을 땐 나에게 도움 되는 내용만 후라락 습득하고 나머지 멍청한 비난들은 거부해야겠어.

암튼 우리는 일단 있는 그대로 괜찮다. 내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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