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해본 국가들

에.. 내가 한 달 넘게 지내본 조선 이외의 국가는 순서대로 일본, 미국, 독일 되겠다. 외국 회사의 일을 해봤다? 역시 일본, 미국, 독일이다.

일본에 반년 정도 살았는데, 그 사이 일본 회사의 일을 수주받은 한국회사의 일본 지사에서 그 일을 했으니 이걸 일본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일단 일본에서 멘션을 렌트하고, 그 기간이 살아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는 되니 나는 장단점을 떠들 자격증을 획득했다.

일본의 장점은 일단 나 같은 간장러버(…)들에겐 천국이다. 기본적으로 간장 베이스 음식이 많고 맛있다. 회도 맛있다. 초밥도 맛있고, 심지어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다. 개 같은 품질의 눈속임 음식들, 포장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지 같은 과자들이 판치는 한국 편의점에서 받은 상처가 힐링된다. 한국음식점도 많아서 딱히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민성이 한국에 비해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 한국에도 교양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하철엔 언제나 문이 열릴 때 사람이 내리건 말건 먼저 밀고 들어오며 타는 개 X같은 인간들이 있다. 일본엔 없다.

단점은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한국어와 어순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공부하기가 타 언어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작성하는 사이에 한자(…)가 떠올랐다. 진지하게 공부한다면 쓰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려도 읽기, 듣기, 말하기 정도는 중간 정도의 노력으로 비교적 빨리 가능할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일본의 여름은 습하고 덥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 여름 아침 지하철, 흰 반팔 셔츠를 입은 한 아저씨가 땀을 닦을 타월(손수건이 아니다)을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셔츠는 이미 완전히 젖어 속이 다 비치고 있었다. 사람이 많아 내 옆까지 밀려 붙었는데 나와 닿은 팔끼리 미끄덩거리던 그 느낌 같은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게 된다. 물론 나는 일본어를 충분히 공부하기 전, 겨울이 오기 전에 귀국해서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는 모른다.

미국은 여행으로 5주,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LA, 뉴욕에 있었다. 그리고 미국회사의 업무 경험은 그 여행과 별개로 독일에 있을 때 원격근무로 했다. 한 달 이상 있었으므로 역시 장단점 언급 자격증 획득이다.

미국의 장점은 사람들과 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나 독일인들과 비교해 오픈되어 있고 친근한 편이다. 쉽게 아무 말 대잔치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장점으로 꼽힐 정도인가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왜냐면 해외취업을 해서 현지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외로운 상태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런데 미국에서라면 나의 의지로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의 문 정도는 열려있다는 것이다. 조용한 걸 좋아하거나 얕은 관계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미국인들의 성격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성격들은 미국의 지역마다 다를 것이고, 내가 갔던 도시들은 일단 그랬다.

미국의 단점은 쉬운 해고, 높은 물가, 의료비, 교육비, 총기, 팁문화 등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은 지금 살고 있고, 7년 가까이 되어 간다.

독일의 장점은 일단 복지가 좋다. 직업 안정성이 높고, 실업수당, 직업교육 제도가 잘 되어 있다. 의료비, 교육비가 ‘일단’ 무료다. 일단 무료인 이유는 공보험에 한하기 때문이며 돈을 더 내고 사보험 가입을 하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사회시스템 덕분에 늘 안정된 느낌을 받으며 살 수 있다. 독일 사람들은 무뚝뚝하게 보이는 편이지만, 눈인사를 하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면 90% 이상이 친근하게 응대해 준다.

단점은 높은 세금, 느린 서비스다. 소득의 45% ~ 3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그 세금으로 의료비, 교육비 등의 복지를 지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는 딱히 불만 없다. 서비스가 느린 것도 딱히 불만 없다. 인터넷 설치하는데 두 달이 걸렸어도 그걸 매일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7년을 살았으니 익숙해져서 기대치가 낮아져 그런 것 같다. 아, 병원을 가려면 전화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짧으면 2주 후, 길면 두 달 정도 후에 예약이 잡힌다. 이런 식인데 감기 따위로 병원에 가겠는가.

개인적으로 꼽는 독일의 최대 단점은 독일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편이다. 오해는 마시라. 나 같은 IT 종사자는 오직 영어만으로 일을 하는데 전혀 지장 없다. 다만 독일어를 못한다면 일 이외의 일상생활에 종종 지장이 생긴다.

어쨌든 독일에 이렇게 계속 살고 있으니 분명 그 이유가 있겠지?

다음은 내가 독일로 결정하기 전 고려해 본 국가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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